일점일획


Φαρισαῖος(파리사이오스, 바리새인)에 대하여

김범식
2025-07-04
조회수 254

신약성경의 복음서에 예수의 대적자로 등장하는 존재들이 유대교 종파들인 사두개파와 바리새파이고, 또한 유대교 종교엘리트들인 서기관과 대제사장들, 그리고 헤롯 가문의 지지자인 헤롯당이다. 그 중에 바리새파 유대교인 Φαρισαῖος(파리사이오스)는 복음서에서 압도적으로 예수의 대적자로 등장한다. 복수형 Φαρισαῖοι(파리사이오이)는 복음서에 89번, 사도행전에 9번, 바울의  빌립보서 3:5에 나온다. 이 단어는 아람어 פָּרַשׁ 의 헬라어 표기로서 ‘분리주의자’의 뜻을 가지고 있다.

 바리새파의 기원에 관해서는 대략적으로 주전 2세기 유대 땅을 통치했던 헬라의 셀류코스 왕조 때에 독립저항 운동을 벌였던 마카비 가문과 협력했던 하시딤(율법의 전통을 지키던 경건주의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이 종파에 대하여 유대 독립왕조였던 하스모니안 시대에 다른 종파와 경쟁하면서 결국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 바리새파라고 설명하였다(유대고대사 13.171이하). 이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일들과(아피온 반박서 2.171, 192), 부정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여 정결하게 사는 삶에 최대의 관심을 가졌다. 바리새인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것은 그들과의 경쟁 혹은 대적관계에 있던 사람들에 의해 부정적인 의미로서 ‘분리주의자’의 뜻을 가진 바리새인으로 호칭되었다.

예수의 사역에 대적자로 부각된 바리새인들은 복음서 저자들의 시대를 반영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수 시대에는 바리새인들은 다른 세력이나 분파 사람들과 구별할 만한 통일된 유기체적 조직(entity)을 가진 것이라 볼 수  없다. 성전 멸망 후의 바리새인들은 공동의 식사와 기도, 근신과 십일조 생활 등 규정들을 집단적으로 지키던 단체적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회심 이전의 청년 사울과 같이 기독교인을 박해하는 극단적 열심을 가진 바리새인, 바울의 율법선생 가말리엘 같은 기독교를 온건하게 지켜보는 바리새인, 1세기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처럼(Vita 12), 1차 유대인 반란 전쟁(주후 66-70년)에 참전하는 참전 바리새인 등, 바리새인들이 하나의 유기체적 통일성을 갖춘 종파 사람들이라 말할 수 없다.

 마가복음에서 바리새인들과 헤롯 당은 함께 예수를 죽일지를 의논하였다. 예수가 안식일에 회당에서 손 마른 사람을 고쳤고, 안식일 규정에 대한 바리새적 해석에 도전하였기 때문이다(막 3:6). 또 예수는 바리새인과 헤롯의 누룩을 주의하라고 말씀한다(막 8:15). 로마황제에게 세금을 바쳐야 할 지의 문제를 바리새인과 헤롯당이 함께 와서 예수에게 질문한다(막 12:13). 헤롯당과 함께 하는 바리새인의 모습을 마가복음이 강조하는 이유는 유대인 군중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헤롯 왕조와 헤롯당과 연합한 모습으로 바리새인들에 대한 비호감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전 멸망 이전의 마가복음의 저작 시기에 바리새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호감은 분명히 존재하였다. 바리새적 서기관이 예수에게 크고 첫째 계명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예수는 그의 대답에 크게 공감하며, 그가 하나님 나라에 멀지 않은 사람이라고 칭찬한다(막 12:34). 이 이야기의 평행구절인 마태복음 22:34-40과 누가복음 10:25-28에서는 이 칭찬이 생략되어 있다. 또한 마가복음에서는 12장 이후부터 고난 이야기에서 대적자로서 바리새인의 이름보다는 대제사장, 장로들, 서기관들의 이름들이 사용된다.

마태복음은 바리새인들에 대한 예수의 갈등과 논쟁에서 철저히 그들의 종교적 규정과 해석, 규정에 대한 그들의 외식에 관한 것을 드러낸다(마 23장). 마태복음에서 고난 이야기의 대적자는 대제사장들뿐만 아니라 바리새파 사람들도 포함된다. 이것은 마태복음의 저자가 바리새인과 서기관의 의와 경쟁하는(마 5:20; 7:29) 천국의 제자(크리스천)가 된 서기관(마 13:52)이기 때문이다. 율법을 온전히 지키는 기독교인들의 의를 불신하는 바리새인은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결국 복음의 대적자이기도 한 것이다.  

누가복음은 바리새인들과 율법논쟁보다는 그들이 가진 돈에 대한 탐심을 지적하며, 이웃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낸다(눅 10:25; 16:14). 예수는 바리새인의 잔치에 참여하면서, 그들이 배고프고 가난한 이웃을 초청하지 않는 모습을 비판한다(눅 14:12-14). 의인의 부활을 믿는 바리새인들에게 현재의 이웃사랑 실천이 만들어내는 내세의 복을 선포한다(눅 14:14). 누가복음의 저자는 예수를 향한 바리새인들의 식사초청(7:36; 11:37; 14:1), 예루살렘에 올라갔을 때 맞이하게 될 예수의 곤경에 대한 바리새인들의 정보제공(13:31), 예루살렘 교회 교인이 된 바리새인들(행 15:5), 산헤드린 공회원으로서 바울을 변호해주는 바리새인들(행 23:69, ), 이 모든 것이 바리새인에 대한 호감을 누가복음서 저자가 보여주고 있다.

요한복음은 바리새인들을 대제사장들과 같은 종교적 권위를 행사하는 집단으로 묘사한다(요 7:32, 45; 11:46, 47; 18:3). 이들을 유대인(Ἰουδαῖος 유다이오스)라고 일반화하는 것이 요한복음의 특징이다. 1세기 말이 되면, 유대교인과 기독교인들 사이에 분리가 일어나고, 그것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바리새적 유대교 지도자들이기 때문이고, 이들은 회당출교(아포수나고고스 ἀποσυνάγωγος)로 기독교를 박해하였다(요 9:22; 12:42; 16:2). 요한복음의 저자는 그들을 마귀의 자식으로 악마화한다(요 8:44). 이것은 바리새적 랍비 중심의 유대교로 재편되는 시대의 요한복음임을 반영하고 있고, 율법선생들(랍비, 서기관)이 성전을 대치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예수 시대의 바리새인들과 복음서 저작 시대의 바리새인들의 모습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바리새인들을 집단적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예수운동의 참 정신이 무엇인지를 행간을 통하여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